다른 스포츠처럼 배드민턴 또한 공식 시합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심판이 필요하다. 규칙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어떠한 직무의 기술임원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레프리(Referee)란 무엇인가?
배드민턴 규칙(Laws of Badminton)에는 레프리의 역할이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레프리는 경기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책임을 진다." 이 표현은 경기에서 레프리의 중요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레프리가 모든 통상적인 결정에 책임이 있음을 의미하기보다는 모든 기술임원 및 조직위원회의 인력들과 소통하며 대회 전반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레프리는 즉, 매치(match)로 구성된 대회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다. 서비스저지와 라인저지는 일반적으로 레프리가 임명하지만, 상호협의 하에 레프리 또는 엄파이어에 의해 교체될 수 있다.
레프리는 단순히 기술임원에 대해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대진표 작성 및 관리, 선수들의 출전 관리, 경기 시간 및 연습 시간 배정 등과 같은 일도 레프리가 해야 한다.
여러 업무는 협업이 가능하지만 사용되는 셔틀의 스피드를 판단하는 것은 레프리의 독자적인 영역이다. 대회 시작 전 레프리는 셔틀 스피드 테스트를 통해 그 대회 동안(또는 그날) 사용될 셔틀콕의 스피드를 결정한다.
선수 및 지도자의 행동강령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도 레프리가 살펴야 한다. 선수의 부상 상황, 이에 따라 일어나는 기권에 대해서도 레프리가 관여한다. 또한 경기 중 선수가 규칙을 위반하는 경우 경고와 폴트는 엄파이어가 줄 수 있지만, 중대한 위반으로 인한 선수의 자격 박탈(disqualification) 여부는 레프리가 결정한다.
현재 국내 및 국제 대회에서 레프리는 빨간색 상의를 입고 임무를 진행한다. 코트에서 어떠한 사건이나 분쟁, 부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코트로 들어오지는 않기 때문에 경기 중에 눈에 띄지는 않고, 모든 경기구역(Field of Play)이 잘 보이는 곳에 별도의 데스크를 마련해서 대회 전반을 감독한다.
레프리의 역할 및 책임 - 1) 기술적 지식
레프리는 당연히 배드민턴 규칙과 규정에 관하여 완벽한 지식과 이해력을 갖추어야 한다. 코트의 기술임원(엄파이어, 서비스저지, 라인저지)이 제대로 된 규칙을 적용하고 있는지 판단해서, 분쟁이나 어필이 있을 경우 이를 지지하거나 또는 번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레프리는 시행 중인 해당 대회의 규정을 상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 대회에 따라, 또는 어떤 대회의 경우 진행되는 라운드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이 다를 경우가 있다(예를 들면, 복장규정 등). 모든 경우에, 레프리는 경기 중에 벌어지는 각종 사건에 대한 처리 절차, 대진표, 무단결장(no-show), 기권승(walkover), 경기일정 변경, 복장 규정의 적용 등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레프리는 대회의 시드배정에 대해 완벽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시드 배정을 위해 필요한 필수 정보는 다음과 같다.
- 종목 당 시드 수, 시드배정에 사용할 랭킹 데이터, 사용할 랭킹 데이터의 날짜, 조정랭킹 및 가상랭킹 등의 적용
레프리는 대진표 작성에 관련된 원칙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며, 대진표를 공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레프리의 승인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레프리는 대진표에 관한 항의를 가장 먼저 받고 또 이에 대해 처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경기 시작 전에 대진표상의 오류가 발견되거나 다수의 기권이 발생한 경우, 레프리는 선수와 지도자 앞에서 실시간으로 대진표를 재작성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대진표 작성의 기전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대진표 작성 방법을 이해하기 위한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다.
-종목 규모에 따라 대진표 유형을 적용한다(예를 들어, 토너먼트, 리그전(round-robin), 조별리그(pool-play) 등)
-대진표에 부전승(bye)과 시드를 적절히 배정한다.
레프리는 선수, 코치 및 교육자, 기술임원(Technical Officials)에 대한 행동강령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 BWF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가자에 해당하는 각각의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대회 중에 지켜야 할 행동양식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대회진행 중 또는 종료 후의 어떤 규정 위반행위라도 징계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회 수준과 관계없이 그 대회를 운영하는 모든 조직위원회는 이러한 유형의 강령을 독자적으로 갖추고 있거나 또는 상위(BWF) 행동강령을 적용할 것을 권장한다.
레프리는 BWF의 기술임원지침(Instructions to Technical Officials: ITTO)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문서의 “레프리에 관한 지침” 부분은 역할과 책임뿐만 아니라 그 수행에 관한 조언까지 언급하고 있으므로, 모든 레벨의 대회를 진행하는 레프리에게 유용할 것이다.
레프리의 역할 및 책임 - 2) 리더십
레프리는 기술임원팀(엄파이어 및 라인저지)의 실질적인 리더이다. 엄파이어 브리핑에서 차분하게 권위를 느끼게 하는 방식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팀 전체의 존경을 얻는 중요한 방법이다. 또한 레프리는 대회 중 필요에 따라 지원하기 위해 각 엄파이어들의 장단점을 평가하고 결승전에 엄파이어와 서비스저지를 적절하게 지명할 수 있어야 한다.
레프리는 코치 및 팀매니저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고 그들의 신뢰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대회 시작 전의 팀매니저 브리핑에서 주는 첫인상에 따라 대회 시작 후의 대회 참가자와 레프리 간 관계가 두터워질 수 있다. 코치와 팀매니저들은 레프리가 기술적으로 유능하며, 어떤 쟁점이 발생하더라도 레프리에게 제기할 수 있으며 공정하고 편견 없이 처리될 것임을 확신하고자 한다.
대회 진행 중, 중재가 필요한 경우 레프리는 경기구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레프리는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기보다는, 대회에 집중하여 코트를 주시해야 한다.
레프리는 (코트 안 또는 바깥에서든) 발생하는) 어떤 상황에도 일관성 있게, 적시에 결단력 있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에는 모든 관련 규정 및 규칙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회 요구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 외에도, 레프리는 관련 당사자들(선수, 코치 등)에게 그 결정을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은 쉬운 언어로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의사소통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선수/코치들이 반드시 그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이해시켜야 하며 그리고 레프리가 그들의 관점을 고려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레프리는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서도 정신을 집중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레프리는 하루 종일 경기장에 상주해야 하는 대회운영인력 중의 한 구성원일 경우가 많다. 장시간의 피로감은 실수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업무량을 분담하고 책임을 위임하여 레프리의 부담감을 줄이고 경기구역에서 떠나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는 특히 대회기간이 긴 경우에 중요하다.
레프리는 일반적인 상식, 융통성과 게임에 대한 감각을 보여주어야 한다. 심판을 보는 절차와는 다르게, 레프리의 결정은 항상 이분법적이지 않다. 때로는 특정 상황에서 규정에 따라 명쾌하게 처리할 수 없거나, 다수의 규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 명백히 대립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는 레프리가 경험이 많을수록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경기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과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레프리의 자질
친근함은 레프리가 보여줘야 할 중요한 자질로, 인적자원관리를 자신의 주요 역할로 생각해야 한다. 이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편안하게 질문하며 민감한 문제를 레프리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회 시작 전의 팀매니저 회의와 첫 엄파이어 브리핑 시에 레프리가 주는 첫인상은 접근성을 형성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친다. 레프리가 이러한 발표를 철저히 준비하여 불안해 보이거나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확고함, 공정함, 일관성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레프리는 모든 선수의 대변자임을 명심하여, 어떤 누구만을 '특별히' 배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어떤 관련 규정/프로토콜의 고려 외에도, 레프리는 선수의 특정 요청에 대한 허가가 '편애'로 인식될 여지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특정 대회 내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대회마다 또한 레프리마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공정함을 보여주는 한 방식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레프리는 특정 심판을 편애해서는 안 된다. 특히 대회 외부에서 그들과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결승전 또는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는 경기의 배정에 있어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정은 대회기간 지켜본 수행 및 경험 수준 등의 요인에 근거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때로는 확고함과 거만함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 후자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자질이다. 동시에 다수의 쟁점을 다룰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이면, 차분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퉁명스럽고 무시하는 태도가 되기 쉽다. 자신의 판정을 쉬운 말로 차분히 설명하기보다는 규정 인용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선수나 코치들은 레프리가 규정을 인용하면서 요청을 묵살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느끼는 경우에, 그 판정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크다. 레프리가 자신들의 걱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함으로써 불안감이 없어지길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선수들의 걱정을 알고 있다'는 레프리의 우호적인 반응이 긴장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겸손은 레프리에게 특히 중요한 자질이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즉각 답을 내놓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미안합니다, 지금은 그에 대한 답을 모르겠으나, 곧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시간을 내어 동료와 상의하거나 관련 규정을 찾아보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이는 틀릴 수 있는 정보를 어림짐작으로 제시하는 것보다 지식이나 경험의 차이를 인정하고 시인하는 것은 동료들의 신뢰감과 존경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모든 수준의 기술임원들은 누구나 실수할 수도 있으며, 배드민턴 레프리도 예외는 아니다. BWF의 ITTO에서는 레프리가 실수하는 경우, “인정하고, 정정하고, 사과하라”라고 제시한다. 레프리가 편안하게 잘못된 판정을 인정하고 자신감 있게 조치를 취한 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오히려 장점으로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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